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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단 정기공연 무용극 <파ㆍ랑ㆍ새>

기간

2006-10-26~2006-10-27

시간

19:30 (120분)

장소

모악당

가격

초대

주최

전라북도립국악원

문의

063-254-2391

공연소개

전라북도립국악원 예술단 제26회 정기공연 및 동학농민혁명 112주년 기념
특별기획공연  < 파 ㆍ랑 ㆍ새 >

작품의 해설

이 작품은 총 열 두개의 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인 드라마의 기승전결(起承轉結)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 구분은 긴 역사적 사실을 무대에 형상화함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으로 활용됨과 더불어 구성적 균제미를 갖추기 위해서도 긴히 필요한 존재다.
이처럼 열 두개로 구분되어 있는 소품들은 독자적인 완결성을 갖는 한편, 유기적으로 하나의 상황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한다. 하나의 경은 짧게는 2-3분, 길게는 10분 내외로 구성되며 단일한 주제와 극적 표현을 갖춘 가장 작은 단위의 무용극이다. 

무대는 사실성을 중심으로 상징적 감각을 중시한다. 내용면에서의 사실주의, 형식적인 면에서의 표현주의를 지향하면서, 영상과 첨단 무대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주제를 시각적으로 이미지화시키는데 최선을 다했다. 

어떤 경은 거의 전체가 움직임 없이 이루어져 있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은 춤과 영상이 공존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의 육체언어가 중심이 되지만, 시각적 언어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분야라도 적극 무대 위로 수렴한다는 생각으로 제작에 임했다. 그럼으로써 명실상부한 종합예술로서의 총체적 무용극이 가능해질 것이며 작품의 기본적인 기획의도와 실험정신에 충실해지리라 믿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적 대형 사건을 무대 형상화 한다는데 어려움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전쟁 등의 역동적 장면들은 아무리 무용극이라 하더라도 표현의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작품이 겨냥하고 있는 극구성은 역사적 사실의 외형적 규모가 아니라 그 안의 삶을 주목한다. 전쟁보다는 전쟁이 주는 상처, 사건보다는 사건 속에 놓인 사람들을 따뜻한 애정으로 바라보고 싶은 것이다.

◈ 작품 내용

▷ 1 경. 보았나, 이름없는 영혼들을…
어둠 속, 을씨년스럽기만 한 들녘의 무덤. 아무렇지 않은 듯 갈대만이 흔들리고 있다. 

▷ 2 경. 가뭄, 갈증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의 가뭄이 계속되고, 움막 안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가난한 이들은 메말라버린 수로의 상류를 찾아 산길로 나선다. 양동이를 머리에 인 채, 힘없는 발걸음을 옮기지만 샘물 역시 사람들의 갈증을 적셔줄 만큼 충분하지는 않고 행렬의 길이는 갈수록 길어만 간다.
삶에 지치고, 폭압에 지쳐 스스로 모든 것을 내 팽겨 치고 싶은 그들의 목마름은 뿌리 깊은 절실함으로 다가온다. 그들의 느리고 지친 움직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처럼 그들의 몸 구석구석에 감춰져 있다.


▷ 3 경.  비를 달라, 생명을 달라
가뭄을 이겨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우제가 열린다. 고관대작들은 그들끼리의 생활에 빠져 있을 때, 가난한 민초들이 없는 살림을 털어내 제상을 마련하고 기우제를 준비한다. 제단을 만들기 위해 돌을 나르는 여자들, 그 돌로 남정네들은 제단을 쌓는다.
아낙네들의 단속곳 춤은 온몸을 던져 간절히 기원하는 이 땅의 여인네들의 성스러운 힘을 보여준다.


▷ 4 경. 수레바퀴 아래
주안상 앞에 두고 기생의 무릎을 베고 누운 조병갑과 고통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백성들이 대비된다. 한 떼의 사람들 나타난다. 고통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몰아대는 폭정자는 중세 봉건사회, 계급사회의 상징적 그림이다.

▷ 5 경. 우리도 사람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 했다. 처음에는 전혀 움직임 같지 않던 작은 흔들림이 미묘한 기류에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하나의 리듬이 되고 전체가 하나 된 힘으로 전환된다. 전율을 주는 힘이다. 수레바퀴를 굴리던 백성들은 수레바퀴를 부수며, 그들의 존재를 드러낸다.

▷ 6 경. 사람이 곧 하늘이다
하나 둘 모여든 농민들의 손엔 죽창이 들려 있고 그들의 의기는 지축을 흔드는 벼락의 기세다.
군사 훈련도 승전의 축제와 같고, 신명을 돋우는 풍물소리로 농민들의 진정한 해방구라는 깨달음과 함께 짧지만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6-우) 작품구성


▷ 7 경. 누구의 땅인가
조선의 궁궐. 불안과 불길함만 가득하다. 각국의 이해와 탐욕이 용들의 싸움으로 묘사된다. 천연덕스럽게 궁궐을 유희하듯 넘나들는 용들은 조선 궁궐을 가득 메우고, 급기야 어지러운 광란의 놀이터로 변한다. 이들의 이전구투는 위기에 처한 조선 조정의 아픔이기도 하다.

▷ 8 경. 붉은 태양
백의를 입은 백성들의 평화가 외세에 의해 참담히 부셔진다. 살 띁기는 아픔으로 통증을 느끼는 백성들을 짓밟고, 접근해 들어오는 일본의 깃발. 무대는 조금씩 일장기로 물들어 가고, 급기야 붉은 물결로 넘친다.

▷ 9 경. 가자, 한양성으로
쓰러져 나뒹굴던 농민들이 일어서 대대적인 항쟁에 나선다. 힘찬 북소리에 고무되어 전열을 가다듬는 백성들. 최후의 일전, 마지막 항쟁이라는 비장감이 감돈다. 진군의 북소리에 발맞추어 행군하는 농민군은 관군, 일본군과 피의 결전을 벌인다.

▷ 10경. 빈 들
대규모 전쟁과 살륙의 흔적. 가는 연기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들판. 움직이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죽음의 들판에 전봉준 홀로 서 있다. 몰아치는 서러움으로 한동안 몸을 주체 못하던 전봉준, 살풀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하늘에 던지는 깊은 원망인 듯, 체념의 모습이지만 당당하고 의연하다.
이 땅의 백성 하나 하나가 이 땅의 주인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살풀이가 그 절정에 다다를 때, 하늘에서 내려오는 감옥이 그를 가둔다. 울리는 총소리와 함께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 11경. 이 땅이여, 일어나라
죽은 영혼들이 솟대를 들고 하늘로 향한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 불현듯 떠올라 서서히 높은 곳을 향해 오르는 파랑새 한 마리.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희망의 상징으로 표상된다. 파랑새는 영원히 우리 곁에 지키리라는 믿음을 보여준다.

▷ 12경. 새로운 시작
무덤 사이로 어린소녀가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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