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2006-12-28~2006-12-29
시간
19:00 (100분)
장소
연지홀
가격
일반 10,000원 학생 5,000원
주최
극단 황토레퍼터리시스템
문의
063-277-7440
극단 황토 레퍼터리시스템 제 109회 공연작품 "오브제 태(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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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리문화의전당 유료회원 할인 2,000원
당일 안내데스크에서 회원카드 제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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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는 70년대 박정희 정권이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고(故) 장준하와 백기완씨를 체포하려고 내린 소급계엄령에 연세대 의대생들도 걸렸다는 소식을 접한 뒤, 극작가 겸 연출가인 오태석(현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직접 극본을 쓴 작품이다. 권력을 유지하려고 대살육을 감행했던 세조, 그리고 사육신의 한 명인 박팽년 가문의 대를 이으려는 한 여인의 몸부림이 기본 뼈대를 이룬다. 초연 이후 여러 차례 무대에 오르며 유명해진 작품인데, 극단 황토에서는 이 작품을 박병도 대표의 새로운 해석으로 1986년도 <제6회 전국연극제>에 출전하여 2등상인 문광부장관상을 수상한 역작이다. 이후 이 작품은 박병도 연출가(현 전주대 연극영화과 교수)의 새로운 해석이 곁들어져, 전국에서 몰려 온 타극단의 연극인들과 합동제작을 하여 전국순회공연을 가진 바 있는 황토의 대표적 레퍼터리이다.
즉, 전국연극제에서 두 번의 대통령상을 수상한 <물보라> 나 <오장군의 발톱>과 더불어 극단 황토의 대표적 기념작품 이랄 수 있다. 이 작품을 2006년도를 맞아 새롭게 현실에 맞게 재 각색하여, 황토 만의 독창적인 색깔로 무대화 시킨다.
황토의 연극적 색깔은 분명하고 확실하다. 현대 한국연극의 미래지향적 색깔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 및 [실험과 리얼리티의 적절한 융섭]과정을 집단적 에너지로 변환시켜 온 대표적 연극집단이다.
이에 초창기 황토의 저력과 연극정신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전북연극의 40대 후반 배우인 <장제혁(당시 세조역)> <안동철> <권오춘(당시 단종역)> <고미화(당시 종부 역)> <이덕형(당시 사관역)>을 비롯하여, 전북연극의 50대 배우로서 타 시도에서는 찾기 드믄 중년배우인 <이부열(전북배우협회장)>과 <박상원>이 가세한다. 이에 따라 탄탄한 배우군으로 구성되어 일대 배우술의 극치를 선보일 역작 탄생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 제작진
원 작 / 오태석 (국립극단 예술감독)
각색, 연출/ 박병도 (극단 대표, 연출가, 전주대 연극영화과 교수)
제 작/ 정두영
기획, 홍보/ 최경식
기 획/ 류성목
◈ 출연진
장제혁, 이부열, 박상원, 안동철, 권오춘, 고미화, 정경림, 이덕형, 김영주, 류성목, 박상준, 차정희, 전광재, 박주영, 김성효, 이란호, 박현미, 강성락, 김동명, 조태현, 최성주 외
◈ 해설
권력에의 광기보다 더 끈질긴 것이 있을까? 작가는 ‘있다. 또는 그 이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연극 <태(胎)>는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현미경을 통해 파란 많은 권력사의 한 단면을 다른 각도에서 투시하고 있다. 생명 계승에 대한 불가항력의 섭리에서 오태석의 답을 읽을 수 있다.
<태>는 1974년에 초연된 이래 꾸준히 관객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최근 33년 만의 개작과 함께 ‘국가브랜드 연극’이라는 인증서를 달고 다시 국립극장의 무대에 올랐다.(최근 국립극단에 의해). 이 작품은 계유정난으로 정권을 잡은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는 사건을 배경으로 삶의 본질을 되묻고 있다.
단종을 폐위하고 세조가 권좌에 오른다. 박중림(사육신 박팽년의 아버지)의 손부는 세조에게 출산을 허락해 주기를 간청하고, 세조는 딸을 낳을 경우에만 살려주겠노라 약속한다. 손부는 아들을 출산한다. 이를 본 종(從)은 자신의 갓난 아들과 바꿔치기 하며 박중림의 후손을 살린다.
신숙주는 훗날의 화근을 없애려 금성대군에게 왕방연을 보낸다. 왕방연은 고심 끝에 어명을 사칭하여 단종에게 사약을 내리지만, 오히려 단종의 칼에 죽는다. 의경세자와 왕방연을 죽인 단종은 신숙주에 의해 목숨을 잃고, 결국 종의 실토로 아기의 정체가 밝혀진 가운데 예종 앞에 선 손부는 자신의 시조부를 죽이면서까지 아기의 생명을 감싼다. 예종은 하늘의 뜻이 사람의 의지와 다름을 깨닫고 그를 살려보내며 일산이라는 이름을 준다.
비극의 역사라는 육중한 소재를 선택하고도, 이를 매만지는 작가의 솜씨는 확실히 남달라 보인다. 비장한 시대를 담았지만 지나치게 무겁거나 불편하지 않다. 이야기의 짜임새와 표현방식도 독특하다. 등장인물들의 시공을 초월한 개입과 교차, 생략과 조합, 그리고 상징과 강조 등이 자유롭게 구사되고 있다.
한편 과감한 생략과 절제는 이 연극의 강점이다. 특히 음악이나 음향효과, 조명 등 극적 효과를 높여 줄 주변 장치들이 극대화 된다. 의상이나 소도구 무대장치 등이 보여줄 실험성과 멋스러움도 색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단 행운임은 분명하다. <태>가 말하듯, 권력의 피바람 속에서도 생명은 이어지고, 전장의 폐허 속에서도 꽃은 피고 씨앗은 흩날린다. 난무하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예술> 속에서 우리 손으로 우리 것을 다룬 이만한 수작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