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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경.송계일 한국화전

기간

2006.05.06(Sat)~2006.05.13(Sat)

시간

10:00~18:00

장소

한국소리문화 전시장 [갤러리S, 갤러리O]

연령

가격

주최

문의

전시소개

벽경.송계일 한국화전
  -화력 50년 및 정년퇴임기념-


山水로부터 抽象까지
     -벽경 송계일의 화력 50년전에 부쳐
                                                                                           張錫源(미술평론가)

 碧耕 宋桂一이 畵歷 50년을 정리하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청량리역에서 안동 방향으로 48분 떨어진 양평으로 열차가 아름다운 산과 물을 가로질러 달린다. 번잡한 서울 생활을 접고 산 기슭으로 집을 옮겨 그의 생활상이 편안해졌다. 승용차부터 밴 형으로 바뀌었을 뿐더러 옷차림과 용모도 형식적 틀을 털어버렸다. 흰 수염과 재기발랄한 외모, 수수하고 활달한 행동거지와 더불어 예술을 향한 강한 집념 등은 그의 예술을 들여다 보는 데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碧耕은 홍익대와 國展을 통하여 한국화의 정통적, 현대적 토대를 쌓았다. 고교시절 국전에 입선할 정도의 기량을 보였던 그는 홍익대에서 이상범, 김기창, 천경자 등의 교수를 만나 예술성을 심화시켰고 백양회 최고상과 국전 국무총리상을 수상하여 실력을 입증받었다. 이후 그는 전남대와 전북대에서 후진들을 양성하였다. 
   碧耕의 그림은 오랫 동안 기량을 닦아온 山水畵를 바탕으로 이를 변화시키고 현대적 개념으로 한국화를 전환시키는 작업을 펼쳐왔다. 그의 산수화는 전통적 법식을 따르는 데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시각성과 조형 방법을 적용하여 현대적 감각을 담아왔다. 그가 부여하려고 했던 사실적 시각성과 현대적 조형 원리는 기존의 산수 개념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그는 결국 산수 개념을 바꾸면서 독자적인 회화성을 창출해 내었다. 대범하게 근경의 한 대상을 줌 업 시켜서 여기에 매우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시각성을 부여하는 조형적 구도를 보이곤 하였다. 대개 편각 구도로 이뤄지는 이러한 실경 배경에는 안개를 연상시키는 여백이 있다. 기법적으로도 그는 아교와 분무기, 평붓을 사용해 먹빛이 건습에 따라 정교한 안개 효과를 창출해 내었다. 그의 산수에서 대범하고 힘있는 산세와 육질감, 깊은 공간감, 시선을 사로잡는 자연스러운 발묵 효과를 만나게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그는 밝고 강한 채색을 가미한다. 그 색채는 자연과 색 자체의 사이에서 회화성을 북돋운다. 전남대 재직 시절 시간이 나면 북 장구를 두드리며 흥을 돋우던 모습대로 그의 산수화는 흥겨우면서도 힘이 있고 재기가 넘치면서 신선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碧耕은 자신의 회화에 대한 자신감과 변모에의 열정으로 새로운 실험을 감행한다. 대략 90년대 초중반 즈음부터 그는 보다 평면화되고 造形 原理에 의해서 抽象化된 화면이 지배적으로 나타난다. 그는 산수화를 통하여 충분히 습득된 조형 원리를 강화시켜 본래 산수화가 갖고 있던 대상성을 지우고 원리화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림은 더욱 정직해지고 극대화되기 시작했다. 마음껏 자연스럽게 발묵된 바탕 화면 위에 별처럼, 기호처럼 뜬 빨강 또는 파랑의 사각 형태들…. 그것들은 회화에 대한 그의 철학 체계를 반영한다. 산수화를 다룰 때에도 그의 색채는 자연 그대로가 아니라 자연과 색 자체의 중간으로서 상징성을 띄고 있었다. 추상적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그의 색채는 보다 원리적, 상징적이 된다. 그 원형은 고유의 오방색을 기본으로 색채는 이제 시각적인 반영물이 아니라 天·地·人을 대변하는 빨강, 파랑, 노랑이 되었다. 회화는 이제 예술과 현실, 예술과 정신을 하나로 보려는 그의 관념 체계를 반영하는 예민하고 유동적인 변화의 장이 되었다. 그는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는 동양적 세계관을 좋아 한다. 거기에 서구 물리학의 가치 개념인 상대성원리를 적용시킨다. 그리고 하나님의 영적 세계와 우주 및 현실 세계를 일원화시켜서 하나의 회화 세계로 드러나게 하고 싶어 한다. 그에게 있어서 추상과 구상은 하나이며, 회화는 회화 바깥의 대상이나 정신적인 것이 각색되고 연출되어 나타난 예술적 장이라는 것이다. 
   抽象 作業을 하면서 그는 많은 조형적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빨강과 파랑의 형태는 때로 길게 대립되는 두 개의 선으로 직립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각 형태로 분열되어 배열되기도 한다. 어두운 벽 모서리의 그림자 공간 같은 곳의 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만장처럼 날리는 형태 위에 종교적, 예술적 독백을 적는 낙서가 개입되기도 한다. 수 많은 배열 위에 음양을 상징하는 기호가 그려지기도 한다. 그 원리적 조형 요소 가운데에는 늘 독특한 발묵에 의해 다져진 먹빛이 깔려 있다. 그것은 그가 50여년 이입해온 먹의 세계를 반영한다. 그는 먹이 일으키는 순간적이면서 동시에 깊게 배이는 공간 개념을 좋아하며 여기에 새로운 조형 개념을 펼치고 싶어 한다. 묵시적이며 영감을 반영하는 회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여전히 한국화의 명제를 의식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명제를 제시하고 새로운 회화를 창출코저 한다. 
   1984년에 필자는 그의 전시를 평하면서 「…자연이  그렇게 이루어졌을 법한 조형 질서를 원리적으로 접근하는 회화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지속되고 있지만, 접근의 차원을 넘어서 원리 그 자체가 되는 길을 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 원리는 일상사에서부터 종교적 묵상, 회화적 기법, 회화가 가야할 궁극적 지점까지 모두 통용되는 것이리라. 그의 그림은 크게 변모했지만, 원리 면에서는 같다. 사람은 변화하지만, 그 본질은 변치 않는 것이다. 그는 정년의 해에 새로운 실험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가 아직 순수의 불꽃을 지키고 이를 새로운 회화로서 환하게 빛내려고 하는 한 그는 모더니즘 이후 지켜온 예술가적 意趣를 살려가는 것이다. 불꽃은 후반에 가서 더욱 맹렬히 타오르는 법이다. 그의 회화는 변화하고 있지만 그 예술적 의취는 더욱 영롱히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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